국가는 국가대로, 거제시는 거제시대로 큰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습니다. 내우외환이 성장‧도약의 담금질이 되고, 오늘의 고난을 견딜 힘이 되기 위해서는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인‧위정자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는 국민, 거제시민이 크게 믿고 의지할 ‘희망의 싹’이 확실히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은 수천년의 역사(歷史)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늘 역사를 반복‧되풀이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정신적 황폐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희망의 싹’ 민초(民草)들은 고난(苦難)한 삶 속에서도 김수영 시인의 ‘풀’을 되뇌입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모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눕지 않을 수 없지만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초상지풍초필언(草上之風草必偃),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힘없이 반드시 쓰러집니다.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섭니다. 민초(民草)의 끈질긴 생명력입니다.

3월 8일 거제인터넷신문이 어느 듯 창간 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독자와 거제 시민의 한없는 사랑이 거제인터넷신문의 9주년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창간 9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나온 발자취를 뒤돌아보았습니다. 2008년 3월 8일 거제인터넷신문을 창간했습니다. 이 때 보도자료 위주의 뉴스를 지양하고 기획‧심층 취재보도에 주력할 것이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거제가 안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 중 교통문제, 도시계획, 개발, 아파트 문제, 거제 역사 등에 깊이 있게 접근해 시민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고 다짐했습니다.

2009년 창간 1주년 때,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를 밑거름 삼아 앞으로 나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0년 창간 2주년에 ‘곧게 쓰고 바르게 논해라’의 직필정론(直筆正論)은 언론의 자기 존재 이유입니다. 자기 존재 이유를 줄이면 자유(自由)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곡학(曲學)하고 아세(阿世)하라는 비뚤어진 자유가 아닙니다. 언론에 주어진 자유는 역사의 엄한 채찍에 반듯한 자세로 언론의 본분을 다하라는 '무거운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2011년 창간 3주년에는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즉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추었기 때문이다'는 금언을 새겼습니다. 바다가 자기 자리를 낮추었기 때문에 모든 물의 으뜸이 되었듯이 거제인터넷신문은 군림하는 언론이 아닙니다. 시민 독자보다 늘 낮은 위치에 자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2년 창간 4주년에는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즉 눈 덮인 들판을 갈 때에는 모름지기 어지럽게 걸어가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글귀를 되뇌었습니다.

2013년 창간 5주년에는 ‘다시 옷고름을 여민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짧은 5년이지만 어느새 보수(保守)의 안온함이 스며든다. 처음처럼 제2창간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했습니다.

2014년 창간 6주년에는 저 멀리 창간 10주년의 이정표가 어렴풋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역(周易)의 64괘 마지막 미제괘(未濟卦) 괘사(卦辭)는 ‘형통하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건너가서 꼬리를 적시니, 이로운 바가 없다’(형. 소호홀제, 유기미 무유리(亨.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고 했습니다. 세상만사는 늘 ‘미완성’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안일에 젖지 말고 늘 신중히 정도(正道)를 지키라는 채찍입니다. 모든 일을 할 때 절제, 겸손, 근신, 경각, 경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를 되새겼습니다.

▲ 루빈의 잔
2015년 3월 8일은 창간 7주년이었습니다. '루빈의 잔'은 사회 각 현상에 대한 패러다임(Paradigm)의 중요성에 관한 좋은 가르침입니다.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면 그것만 보이고 그 나머지는 보이지 않게 됩니다. 눈과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인간은 자기의 가치와 욕망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곧은 관심과 집중이 필요한 법입니다. 거제인터넷신문은 7주년을 맞아 ‘더 넓게, 더 바르게, 더 깊이’ 보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제 창간 9주년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일본의 초밥 전문집 ‘스시 아오키’ 식당의 장인(匠人) ‘아오키’ 씨는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식당은 어떤 식당인지 간단히 언급했습니다. 

“생략이 없는 식당이다. 회전 초밥집이나 저렴한 100엔 초밥집은 손님이 몰려 바쁘면 시간을 줄이고, 노력을 생략한다. 최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생략하지 않는다. 재료든 시간이든 정성이든 원칙대로 들인다.”

늘 ‘처음처럼’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사고‧습관‧행동‧가치관 등이 어느 한 방향으로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거제인터넷신문은 창간 9주년에 ‘보수의 칩거(蟄居)'를 단호히 내치고, 광야(廣野)의 출발선에 다시 선 심정으로 신발끈을 다시 조여맵니다.

창간 9주년에 ‘물의 철학’ 영과후진(盈科後進)과 백천학해(百川學海)에서 답을 찾습니다. 영과후진, 물은 빈 곳을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결코 건너뛰는 법이 없습니다. 차곡차곡 채운다음 나아갑니다.

또 백천학해(百川學海)는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뜻입니다. 모든 시내가 바다로 향하여 나아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뜻도 있습니다. 결국 경험이 쌓이고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 돋안 거제를 대표하는 바른 언론, 거제 미래가 보이는 언론, 약자와 소외된 시민을 대변하는 언론이 되었느냐고 자문(自問)해봅니다. 내년 창간 10주년을 위해 다시 뛰겠습니다.

독자와 거제시민이 거제인터넷신문 나무의 푸른 잎입니다. 독자 거제시민의 아낌없는 사랑이 거제인터넷신문을 키웠습니다. 지난 9년 동안 거제인터넷신문을 사랑해주신 독자 시민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3월 8일 거제인터넷신문

▲ 백련강(百鍊鋼), 정금백련출홍로 매경한고발청향. 쇠귀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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